<김주관의 법률산책> 법원 판결과 공평의 원칙

부천미래신문 | 기사입력 2021/03/10 [11:06]

<김주관의 법률산책> 법원 판결과 공평의 원칙

부천미래신문 | 입력 : 2021/03/10 [11:06]

▲ 김주관 변호사

활인법률사무소 대표

인천변호사회 소속 

1. 문제의식

 

변호사로서 실무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법원 판결을 보면 판사님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대부분 사건이 사람관계에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이 얽히고 설켜서 발생하는 것이다 보니, 어느 일방만의 잘못된 행위가 아닌 경우가 많다. 사안이 이렇게 서로의 잘잘못이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법원 판결을 보면 공평의 원칙에 따른 책임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일도양단식으로 전부승소, 전부패소 판결로 결론이 나고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법원 판결에서 전부패소를 받고 승복하지 않는 사람들 대다수가 그 억울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정신적 건강을 훼손함은 물론, 법절차면에서도 소모적으로 항소, 상고를 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는 법원의 인권보호와 권리구제 기능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 추락으로 이어지고,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인적, 물적 비용이 무의미하게 소모되는 문제를 발생케 한다.

 

나는 이러한 법원 판결에 대해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헌법 11), 또는 형평의 원칙이 사법에 스며들어 추상적 개념화 된 공평의 원칙(형평의 원칙)”에 따른 책임분담을 할 수는 없을까하는 문제의식을 지속적으로 가져왔다.

 

2.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

  

헌법 제11조는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11조 제1항의 규범적 의미는 이와 같은 법 적용의 평등에 끝나지 않고, 더 나아가 입법자에 대해서도 그가 입법을 통해서 권리와 의무를 분배함에 있어서 적용할 가치평가의 기준을 정당화할 것을 요구하는 법 제정의 평등을 포함한다. 따라서, 평등원칙은 입법자가 법률을 제정함에 있어서 법적 효과를 달리 부여하기 위하여 선택한 차별의 기준이 객관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을 때에는 그 기준을 법적 차별의 근거로 삼는 것을 금지한다. 이때 입법자가 헌법 제111항의 평등원칙에 어느 정도로 구속되는가는 그 규율대상과 차별기준의 특성을 고려하여 구체적으로 결정된다(헌재결 2000. 8. 31. 97헌가 12)”“평등의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 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 및 집행함에 있어 따라야 할 기준인 동시에, 국가에 대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불평등한 대우를 하지 말 것과 평등한 대우를 요구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의 기본권 중의 기본권인 것이다(헌재 1989. 1. 25. 88헌가 7)”라고 판시하여,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은 법 적용(법원판결과 같은 법해석, 적용을 포함하는 의미임)뿐만 아니라 국회의 입법행위 조차도 규율하는 헌법상의 대원리임을 천명하고 있다.

 

한편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은 특별한 법규정이 없는 한, 민사법리에 직접 적용되지는 않고 사법상 권리남용금지의 법리나 신의성실의 원칙 등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적용된다고 함이 통설적 견해이다. 민사법에서는 보통 공평의 원칙(이념)”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평등원리, 평등권은 국민의 가장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입법자는 법률제정시에, 행정부는 법 집행시에, 사법부는 법적 분쟁의 해결시에 반드시 유념하여야 할 기본규범이다. 국가생활에 있어서 국민들의 실질적 평등이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의무이다.

 

3. 민사법에서의 공평의 원칙

 

우리 대법원은 가해행위와 피해자측의 요인이 경합하여 손해가 발생하거나 확대된 경우에는, 그 피해측의 요인이 체질적인 소인 또는 질병의 위험도와 같이 피해자측의 귀책사유와 무관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당해 질환의 태양.정도 등에 비추어 가해자에게 손해의 전부를 배상시키는 것이 공평의 이념에 반한다면, 법원은 그 손해배상액을 정함에 있어서 과실상계의 법리를 유추적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한 피해자측의 요인을 참작할 수 있다(대법원 1998. 7. 24. 9812270 판결) ” “ 중개보조원이 업무상 거래당사자인 피해자에게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그 중개보조원을 고용하였을 뿐 이러한 불법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한 중개업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다면, 법원은 과실상계의 법리에 좆아 손해배상의 책임 및 그 금액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6. 12. 200822276판결)”라고 하여, 민사법에 있어서 공평의 이념(원칙)이 규범적 기준이 됨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공평의 이념이라는 것은,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이 민사법에 간접적으로 스며들면서 생성된 개념이라고 할 것인바, 우리 대법원도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서 파생되어 스며들어 온 공평의 이념(원칙)을 민사법리의 해석, 적용에 있어서 규범적 기준이 되어야 함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4. 법원 판결과 공평의 원칙

 

사법상의 분쟁을 다루는 법원의 사건은 그 분쟁의 종류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종 다기한 분쟁사건을 다루면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서 파생된 공평의 이념을 분쟁해결의 규범적 기준으로 적극적, 우선적으로 채택한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을 것이다.

 

첫째, 민사상의 분쟁은, 보통 계약상의 분쟁, 불법행위상의 분쟁 등(예를 들면, 동업계약을 통해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이웃집간의 누수 분쟁, 기타 계약 체결 전후를 통해서 발생하는 문제 등)으로 다양한데, 당사자 상호간의 잘못(과실, 오해, 생각과 감정의 차이 등)이 앞서 말했듯이 얽히고 설켜 있을 수밖에 없다. 인간사의 문제는 심리적, 감정적인 부분과 결합되어 상호 인과관계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이를 한쪽 당사자만의 책임으로 모두 전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불교철학에서는 이를 연기론, 인드라망의 관계론으로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분쟁을, 법원에서 일도양단의 방법으로 승패를 가리는 것은 인간사의 본질에 반하고, 오판의 위험성이 상당히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공평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적절히 법적 판단에 가미하여 일부 승소, 일부 패소의 판결선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면 오판의 위험성을 상당부분 배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당사자들이 패소에 불복하여 항소, 상고를 대부분 하는 이유는 전부 패소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 즉 자신만이 잘못되었다는 판단을 받은 것에 대한 감정상의 억울함 때문일 것이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에게도 일정 정도 잘못이 있기에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하고, 인간관계의 복잡, 미묘함에 비추어 이러한 생각은 일면 타당성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명확하게 한쪽 편에서 고의적, 악의적으로 계약을 위반하거나 불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공평의 이념을 적용하여 적절히 책임을 분담시켜 일부승소(일부패소)의 판결을 한다면, 일부 패소한 당사자도 자신의 잘못을 일정 정도 인정하고 항소, 상고를 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공평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채택하여 책임의 분담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판결선고에 반영한다면, 사법부, 즉 법관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것에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다. 당사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승복하지 못하고 신뢰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전부 패소를 당한 감정상, 정신적인 억울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법관이 사안의 미묘함과 복잡함을 잘 헤아려 여기에 공평의 이념이라는 관념적 규범을 적절히 사용하여, 이를 양 당사자의 책임을 분담시키는 판결을 해준다면, 분쟁 당사자들은 법원 판결에 승복하고 신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5. 결 론

 

결론적으로, 변호사인 본인은 민사판결에서 헌법상의 평등의 원칙에서 파생된 공평의 이념을 적극적으로 법관들이 규범적 기준으로 활용하여 판결선고에 반영할 것을 제언하는 바이다. 다시 말하면, 한쪽 당사자에게 큰 상처를 주는 일도양단식의 전부 승소, 전부 패소 판결이 아닌, 공평의 이념을 적극 도입하여 일부 승소, 일부 패소 판결이 주류적인 판결선고 흐름으로 자리잡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이를 통해서 최후의 인권보호 기관인 사법부의 국민에 대한 보편적 권익구제 기능이 향상됨은 물론 법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도 증진될 것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활인법률사무소 (대표 김주관 변호사 )

김포사무소: 김포시 봉화로 21, 3(김포시법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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