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관의 법률산책> 폭력남편으로부터의 보호방법

부천미래신문 | 입력 : 2020/11/11 [16:40]

  

▲ 김주관 변호사. 

1. 질의사항 

 

저는 결혼 23년차 된 주부입니다. 남편은 신혼 초 여자문제가 복잡하였으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는 마음에 참고 살았습니다. 남편도 마음을 잡고 성실하게 생활을 하여 제법 재산도 모았습니다.

 

모은 재산은 살고 있는 집만 제 명의로 해 놓고 나머지 재산은 모두 남편 명의로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남편은 다시 여자문제와 도박으로 인해 자신 명의로 된 재산을 모두 탕진한 상태이며, 이제는 제 명의로 된 집마저 증여하라고 하면서 폭력을 행사하는 등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남편의 폭력이 심해지자 참다 못한 아들이 다 죽자고 칼을 들은 적도 있어요. 온순한 착한 아이인데 망가져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남편은 현재 홀시어머니와 시골에서 살고 있지만, 수시로 제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와 집을 내어 놓으라고 난리를 칩니다.

 

주변에서는 얼굴을 대면하지 않는 게 낫고 남편에게 집 명의를 바꾸어 주는 순간 알거지가 된다며 아예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꿔놓고 피신해 있으라고 하네요. 현관비번을 바꾸어서 남편을 못 들어오게 할 수 있나요?

 

2. 답 변

 

. 서 언

 

귀하의 질의는 부부 간의 동거의무와 직접 관련되어 있으나, 이밖에도 귀하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조에 규정된 피해자보호명령신청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 동거의무

 

부부는 동거, 즉 동일한 거소(居所)에서 부부공동체를 이루어 함께 생활할 의무가 있다(민법 제8261항 본문). 따라서 일방적으로 비번을 바꾸고 배우자를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동거의무가 언제나 절대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입니다. 정당한 이유로 인하여 일시적으로 동거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서로 인내하여야 하고(민법 제8261항 단서), 특히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이나 자녀를 학대·폭행·구금하거나 부정한 행위(예컨대 첩과의 동거)를 저지르고 있거나 이혼소송 중인 경우에는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에 대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피해자는 동거의무를 면할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일시적 별거를 청구할 수 있다. 법원도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이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의뢰인에게는 남편과의 동거의무가 인정될 수 없고, 여기에 남편이 자발적으로 집을 나가 시골에 있는 홀시어머니와 함께 기거하고 있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도 가능해 보입니다.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한편, 현관문 비밀번호를 바꾸어 남편이 집에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남편의 가정폭력이 행하여지고 있다면 피해자보호명령을 신청하여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91항이 가정폭력행위자에 대하여 피해자 등의 주거로부터의 격리 및 접근금지 등을 명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가정폭력 범죄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3호에 규정된 상해와 폭행, 유기, 체포, 감금, 협박, 강간, 명예훼손, 강요, 재물손괴 등을 말합니다. 이를 피해자보호명령제도라고 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 대상범죄가 발생하면, 피해자는 행위자의 행위지, 거주지 또는 현재지 및 피해자의 거주지 또는 현재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를 제출함으로써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청구서가 접수되면 법원은 사실관계 파악을 위하여 조사를 한 뒤, 심리를 거쳐 피해자보호명령을 결정 또는 기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판사는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때에는 피해자보호명령을 결정하기 전이라도 피해자보호명령과 같은 조치를 임시로 명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시보호명령의 기간은 피해자보호명령 결정 시까지이며,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은 임시보호명령의 취소 또는 변경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재판은 피해자 또는 행위자가 심리기일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도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소환을 받고도 2회 출석하지 않으면 피해자보호명령 청구를 취하한 것으로 봅니다. 또한, 판사는 사생활 보호나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여 필요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심리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으며,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의 청구 또는 직권으로 일정기간 동안 검사에게 피해자에 대한 신변안전조치를 하도록 요청할 수 있습니다. 심리 결과 피해자보호명령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판사는 결정으로 가정폭력행위자에게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또는 점유하는 방실(房室)로부터의 퇴거 등 격리,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의 주거, 직장 등에서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피해자 또는 가정구성원에 대한 전기통신(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부호문언음향 또는 영상을 송신하거나 수신하는 것을 말한다)을 이용한 접근 금지 등의 임시조치를 할 수 있고, 이들 각 조치는 병과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은 6개월을 초과할 수 없지만,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직권 또는 청구에 따라 2개월 단위로 연장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이 기간을 연장하거나 그 종류를 변경하는 경우 종전의 처분기간을 합산하여 2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임시보호명령 또는 피해자보호명령은 결정 직후 집행되며, 결정에 대하여 승복하지 못해 항고를 하더라도 그 집행이 정지되지 않습니다. 또한, 결정을 받고 이를 따르지 않은 가정폭력행위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拘留)에 처해지며, 그 행위자가 상습범일 때에는 형이 가중되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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