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관의 법률산책> 회사내의 도로바닥 낙서와 재물손괴죄의 법리

부천미래신문 | 입력 : 2020/09/23 [14:13]

▲ 김주관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 23인은 ◇◇주식회사 소속 노조직원들로서, 다른 조합원 60여명을 모아 놓고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불만을 품고 쟁의행위를 명목으로 유색 페인트와 스프레이 래카를 이용하여 ◇◇주식회사 정문 입구에 있는 과속방지턱, 회사 내 관리사무실 앞 중앙도로, 본관동 및 관리동 등 도로 바닥과 도로 위 현수막 천에 회사 임원의 실명과 함께 ◎◎◎ 개새끼”, “개새끼 죽어”, “사망해요 좃○○”, “◎◎◎ 구속”, “△△아 정신차려”, “돈지랄 그만해라”, “씨발 죄지은 놈은 넌데 우리보고 사과하라”, “좇까라는 문구를 기재하여 그 문구가 도로 바닥에 배어나와 그대로 도로에 배이게 하였다.

 

검사는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로써 도로의 효용을 해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상당한 수리비를 소요하게 하였다고 하여 피고인들을 재물손괴죄로 기소하였다.

 

2. 법원의 판단

 

. 적용법리

 

위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행위가 문제된 것은 형법 제366조 소정의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가 하는 점인데, 이 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재물의 효용을 해한다고 함은 사실상으로나 감정상으로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하고, 일시적으로 재물을 이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드는 것도 포함한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2590 판결, 대법원 2017. 12. 13. 선고 201710474 판결 등 참조).

 

특히 도로 바닥에 낙서를 하는 행위 등이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것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도로의 용도와 기능, 그 행위가 도로의 안전표지인 노면표시 기능 및 이용자들의 통행과 안전에 미치는 영향, 그 행위가 도로의 미관을 해치는 정도, 도로의 이용자들이 느끼는 불쾌감이나 저항감, 원상회복의 난이도와 거기에 드는 비용, 그 행위의 목적과 시간적 계속성, 행위 당시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 1심법원의 판단

 

위 사안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7. 5. 26. 선고 2015고단1132 판결은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각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비추어 이를 정당한 쟁의행위의 일환으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들이 ◇◇주식회사 사무실 앞 도로 등에 유색 페인트를 이용하여 직접 문구를 기재하거나 도로 위에 놓인 흰색 천에 문구를 기재하여 페인트가 바닥으로 배어나와 도로에 배이게 한 점,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행위로 인하여 공소외 1 회사 공장 내부의 미관이 훼손된 점, ◇◇주식회사가 외부업체로 하여금 이를 복구하게 하였고 그로 인하여 90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든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위와 같은 행위를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정당행위로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피고인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 대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대법원 2020. 3. 27. 선고 201720455 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에 다음과 같은 사실, 즉 이 사건 도로는 피해 회사의 임원과 근로자들 및 거래처 관계자들이 이용하는 피해 회사 소유의 도로로 산업 현장에 위치한 위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는 않는 곳으로 보인다는 점, 피고인들이 이 사건 도로 바닥에 기재한 여러 문구들 때문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점,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해 회사의 정문 입구에 있는 과속방지턱 등을 포함하여 이 사건 도로 위에 상당한 크기로 기재된 위 문구의 글자들이 차량운전자 등의 통행과 안전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점, 이 사건 도로 바닥에 기재된 문구에는 피해 회사 임원들의 실명과 그에 대한 모욕적인 내용 등이 여럿 포함되어 있지만,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도로의 이용자들이 이 부분 도로를 통행할 때 그 문구로 인하여 불쾌감, 저항감을 느껴 이를 그 본래의 사용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점, 이 사건 도로 바닥에 페인트와 래커 스프레이로 쓰여 있는 여러 문구는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로 덧칠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상회복되었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 등의 사실을 적용해 볼 때, 피고인들의 행위는 이 사건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하여 사건을 파기환송하였다.

 

3. 결론

 

이 사안은 근로자들의 쟁의행위중에 회사와 대항하던 중 도로위에 회사의 사용자에 대한 욕을 도로바닥에 낙서를 한 사안이다. 1심 법원은 이를 도로의 효용을 해하는 것으로 보아 재물손괴죄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도로의 본질적 효용을 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 재물손괴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재물손괴의 법리는 재물의 본래적 용도와 효용침해의 정도, 그러한 행위가 발생하게 된 경위와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은 형사법상의 재물손괴죄를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부합하도록 엄격하게 판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김주관 활인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  김포시 봉화로21, 3층 나호 / 031-8049-8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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